전세계 덮친 싱크홀 공포…“원인 찾으면 별거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도로 꺼지고 지반 내려앉는 현상 발생
전문가들 “싱크홀 원인 의외로 단순…대책 마련하면 충분히 통제 가능”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싱크홀(Sink Hole) 공포에 빠졌다.
땅과 땅속에서 발생했지만 싱크홀 공포 확산의 진앙지는 인터넷이었다. 언제부터인가 각종 SNS를 통해 싱크홀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서울, 잠실을 중심으로 한 송파구였다. 지난 8월 5일 석촌지하차도 주변에서는 폭 2.5m,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빙산'처럼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부분이 더 큰 문제였다. 땅 속에는 폭 5m, 깊이 4.2m, 연장 80m의 거대한 동공이 발견됐다.
전국에서도 크고 작은 싱크홀이 발생했다. 10월 10일 강원도 동해시 동해항 인근 도로에서 지름 1m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둥근 형태의 싱크홀은 지름이 1m 정도지만 깊이는 10여m에 달했다. 강원도에서도 매년 증가추세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강원도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15개이다. 싱크홀 모두 하수누수로 인한 지반유실이 원인인 것으로 일단 조사됐다.
싱크홀 공포는 다른 나라 곳곳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7월 과테말라시 한가운데에는 20층 건물 높이만 한 구멍이 생겼고, 이곳에 있던 3층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제비동굴'이라 불리는 멕시코의 싱크홀은 세계 최대의 수직 싱크홀로 폭 50m에 깊이가 376m에 달한다. 또 바하마 부근의 바닷속에는 딘스블루홀(Dean’s Blue Hole)이라는 폭 100m, 깊이 202m의 싱크홀이 있는데, 잠수에 도전했던 1000여 명의 프리다이버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로는 2013년 12월 12일 중국 쓰촨성 광위안 차오톈구에서 발생한 싱크홀이 가장 크다. 이곳의 한 시골마을에서는 순식간에 땅이 꺼지는 초대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은 싱크홀 발생 20일 전부터 지반이 흔들려 가옥에 금이 가는 등의 현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2013년 백악관 앞 도로에서 싱크홀이 생긴데 이어 지난 4월 볼티모어의 한 도로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해 주차된 차들이 순식간에 땅 속으로 사라지거나 고가의 스포츠카가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 2월에는 켄터키주의 한 박물관에서 갑자기 땅이 꺼져 전시된 자동차 8대가 땅 속으로 사라졌다. 이밖에도 영국 버킹엄셔에서도 한 남자가 자신의 집 앞에 주차했던 자동차가 사라지는 싱크홀을 목격했고 러시아에서도 싱크홀이 목격돼 정부가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싱크홀은 글자 그대로 움푹 파인 웅덩이를 뜻한다. 싱크홀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산이나 바다, 강이나 호수는 물론 도시 한복판에서도 발생한다. 대부분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형성된다. 하지만 도심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아직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근의 대형 공사 등으로 인한 '인재'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연구진이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조금 다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박삼규 광물자원개발연구센터장은 명칭부터 정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엄밀하게 말해 싱크홀이 아니라 지표면이 붕괴돼 수직 아래로 꺼져 내려 앉은 '지반함몰'이라는 것이다. 특히 박 센터장은 이런 현상이 도로에서 발생하면 '도로함몰'이라고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싱크홀은 석회암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탄산가스가 녹아 있는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용식돼(녹아) 지반 아래에서 발생한 공동(빈 굴)의 상부 지층이 내려 앉거나 함몰돼 생긴 구멍이다. 최근 서울 등에서 도로와 지반이 내려 앉은 것을 자연에서 발생한 싱크홀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 붙인 것이 굳어진 것이다.
서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도로함몰의 원인은 크게 4가지 정도다. 싱크홀은 지표의 성분에 의한 것에 비해 지반함몰은 인위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한다.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는 상하수도관 파손이다. 도시의 지반 아래 묻혀진 상하수관의 길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 1km 안에 33km의 관들이 묻혀 있다고 보고됐다. 우리나라도 얼마나 매설돼 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
상하수도관은 보통 동결심도(겨울에 관이 얼지 않는 깊이)인 1.5m 근처에 매설이 되는데 이 관들이 파손되면 관을 통해 흘러 나오는 물에 흙이 쓸려 내려가거나 관을 통해 흙이 유실되면 공동이 생기고 이 공동이 커지면 도로가 내려 앉게 된다.
굴착공사도 도로함몰의 원인이 된다. 굴착 공사 후 지반을 메우는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흙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이들이 풀어지면서 공간이 생긴다. 이렇게 발생한 공간은 점차 위로 올라오다가 도로까지 이어지는 원리다. 또 한가지는 건축물의 지하구조물이다. 지반 아래에는 지하수가 흐르는 길들이 존재하는데 건축물에 의해 이 수로가 변경이 되면 새롭게 형성된 수로로 지하수가 흐르게 되고, 지반이 약한 곳을 찾아 흐르다보면 근처의 흙을 함께 유실시킨다는 것이다.
마지막 원인은 택지개발이다. 건축물의 지하구조물 건설과 마찬가지로 지하수로가 변경되는 택지개발도 지반함몰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싱크홀이 아닌 도로함몰은 인위적인 요소들에 의해 발생하는 만큼 통제가 가능하다. 수백년의 시간에 거쳐 발생하는 싱크홀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도로함몰은 언제든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인이 명확한 도로함몰은 대비책도 명확하다. 바로 노후된 관로들의 관리와 정비. 그리고 공사의 철저한 시공관리다. 예를 들어 과거 건물을 지을 땐 지하로 땅을 판 뒤 지하수로 인해 부력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퍼내기도 했다. 이렇게 지하수를 퍼내다보면 지하수위가 갑자기 낮아져 유속이 빨라지고 지반이 내려 앉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싱크홀은 일단 육안으로 보기에 공포스럽다. 언제 어디서 어느 크기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외로 싱크홀의 원인은 단순하다. 그 원인을 잘 파악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통제와 제어 가능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